시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정신건강복지법’이 도입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의료계가 우려했던 대규모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준비부족으로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결과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규정을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평가가 필요하도록 강화하고, 본인이 입원을 원치 않는 경우 퇴원·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법안 중 ‘강제입원 시 각각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소견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불가피한 경우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지난 5월30일부터 법안을 시행했다.
퇴원 환자 일 평균 227명으로 다소 증가 … “혼란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이 지난 현재, 의료계의 우려와 같은 대규모 퇴원 등의 혼란은 없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복지부에 따르면,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는 하루 평균 약 227명으로, 법 시행 전 약 202명보다 다소 높아졌다.

시행 전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입소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6월23일 기준 입원·입소자 수는 7만6678명으로, 지난해 12월31일과 올해 4월30일 대비 각각 2665명, 403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기준 전체 입원·입소자 중 자의입원·입소 비율은 53.9%로, 지난해 12월31일(35.6%)과 올해 4월30일(38.9%)과 비교해 15.0%p에서 18.3%p까지 높아졌다.
복지부는 “이런 변화는 법 시행 이후,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정책적 패러다임을 인권과 복지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등 과제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퇴원 미뤄졌을 뿐 우려 여전해”

이같은 복지부의 평가와는 달리 의료계에서는 “대규모 퇴원 우려는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5일 복지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자마자 “출장 진단 배정이 어려운 경우 같은 병원 2인 진단으로 입원 연장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치를 허용해 대규모 퇴원은 연기된 상태일 뿐”이라며 “오는 12월31일 이후 대규모 퇴원 우려는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동의입원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강제 입원 비율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자의입원 중에는 환자가 병을 인식하지 못해 언제 퇴원을 요구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뤄진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 신경정신의학회 측의 지적이다.
이들은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인권과 복지 외에도 적절한 의학적 치료가 필수적”이라며 “현재 복지부 대책에는 정신질환자의 차별적인 의료 환경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출장 진단’이 특히 문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신경정신의학회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출장 진단’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앞서 4일에도 성명서를 통해 “비자의 입원 환자에 대한 출장 진단 전문의 배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실제 출장 진단을 시행하는 전문의들은 비현실적으로 과도한 출장 진단 수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지정 의료기관에 신청하지 않은 경우 출장 진단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책적 위협”이라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출장 진단이 가능하도록 국공립의료기관을 비롯한 공공의료 영역에서 출장 진단 전담 전문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복지부가 늦게나마 출장 진단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민간 의료기관들이 출장 진단 업무에서 하루빨리 해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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