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워싱턴의 틀니
[시사칼럼] 워싱턴의 틀니
  • 신승철
  • 승인 2010.03.1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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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철 단국치대 예방치과 교수 / 아시아예방치학회 전 회장
[덴탈투데이/치학신문]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폭설도 피할 겸 미국치과의사회 학술대회도 참여 할 겸 몇 교실원들과 뉴욕으로 갔더니 그곳엔 전날까지 공항이 폐쇄될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단다. 눈 구경만 하고 학회장인 워싱턴DC로 왔더니 눈은 덜한데 봄바람이 세차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치과와 관련이 깊은 나라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도 말년에 틀니를 3번이나 할 정도로 구강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학회장에서 남쪽으로 16마일 떨어진 마운트 버논이란 지역에 조지 워싱턴 생가가 있다. 그곳에 가면 18세기에 나무와 금속 틀니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르쳐주는 비디오를 보여준다.

먼저 환자 구강 크기의 나무 조각을 손으로 깎아서 대략적인 악궁을 만들고 그 위에 발거된 환자의 자연치나 동물의 치아를 뿌리 쪽 반 정도를 잘라내고 나무틀에 박아 넣는다. 그리고는 철사로 치아들끼리 움직이지 않도록 묶어 고정하고 악궁의 뒷면에서부터 나사못을 틀어박아 치아 뿌리를 완전히 고정시킨다.

그 다음 보드라운 진흙을 개어 의치상을 매몰하고 가열한 후 납을 끓여 부어서 치아와 나무의치상과 금속상이 모두 접착되도록 한다. 이 무겁고 무식하게 생긴 틀니를 빼내서 줄로 잘 다듬어가며 환자에게 시적시킨다.

워싱턴이 사용하던 틀니는 미국 최초의 치과대학인 워싱턴DC 북쪽 인근에 자리잡은 발티모어 치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부터 치아가 신통치 않았으니 국민구강건강이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보철분야와 더불어 첨단 기초 및 치과재료학이 발전한 나라이다.

그간 미국은 G.V.Black 과 같은 저명한 치과재료학자도 배출했고 치의학의 발전이 바로 치과재료의 발전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 주기도 했다. 아말감을 발명한 후 특허 문제로 총격사건까지 야기한 아말감 전쟁을 치르기도 할만큼 새로운 재료 기술에 목매기도 했었다.

그런데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치의학 지식과 기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20세기 초 Dr. Fones에 의해 창안된 치과위생사제도를 널리 보급하여, 환자의 예방시술과 교육에 힘썼다. 20세기 중반에는 수돗물 불소화와 같은 공중구강보건사업에도 주력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00년 뒤 미국 치과위생사학교의 대명사였던 Fones School은 한국계 종교단체가 인수하여 현재는 브릿지포트 대학으로 변신되었고, 한국은 숫적으로 세계 제 3위의 치과위생사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치과산업은 차츰 사양국면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1990년대 60개 치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54개로 줄었다가 근래 하나가 다시 개교했단다. 입학생 수가 미달이면 폐교 당하는건 당연하며 현재도 몇 개 대학은 미달이란다. 한국의 치대나 치의학전문대학원이 최고수준의 지원자가 몰리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이번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길 것 같다. 바로 의료개혁이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시절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가 간접적으로 후생성을 독려하며 의료개혁을 추진했었다. ‘일등국민인 미국 시민이 의료제도의 잘못으로 3등 국가에서 진료 받고 있다’며 당시 60∼70% 밖에 가입되어있지 아니한 의료보험제도를 전국민보험으로 추진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진료 수가의 통일, 조정이 먼저 필요했다. 당연히 의사, 치과의사들의 반대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었는데, 이번 오바마 정부에서는 그녀가 바로 국무장관으로 취임하여 직접 후생성을 다그친다. 그러니 치과의사회에서도 긴장하며 일부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겠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도 ‘교육과 의료제도를 한국으로부터 배우라’고 다그친단다.

과거 치과계 선배들이 미국 좋다고 떠나가던 시절도 이젠 아닌가 보다. 미국에서 만난 개원 치과의들은 지금도 수입의 30∼40%를 꼬박 세금으로 낼 수밖에 없는 제도에 불만이다. 조금이라도 속였다간 엄청 큰 죄악으로 취급한단다.

이런 미국이 우릴 부러워하고 우릴 배우란다. 우린 뭘 가르쳐 줄 수 있나 의아하기도 했다. 열 몇 시간 비행기에서 시달리다 귀국하니 3월 봄에 고국은 지겹던 폭설이 또 온다. 이 세상에서 다 좋은 곳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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