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매년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수가협상에 대해 실시간 생중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명백하게 결정 과정이 밝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16일 협회 강당에서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각 단체간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임현택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5년도 수가협상의 선결조건 3가지를 제시하며, “만약 (요구사항 중) 하나라도 수용되지 않으면 수가협상을 즉각 중단하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붕괴를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의협이 이날 제시한 선결 조건은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절대 불가 ▲단체별 순위 적용 철폐 ▲수가협상 회의 실시간 생중계이다.
의협은 “지난 50년간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고수해 온 정부가 수가정상화는 외면한 채 일부 행위 유형의 수가를 동결시켜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것은 현행 수가체계를 더욱 기형적으로 만들겠다는 무지한 발상”이라며, 이번 수가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최우선 선결조건으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그간 건보공단 수가협상 연구결과에 따라 정해진 단체별 순위는 적정한 수가 결정의 치명적인 걸림돌”이라며, 단체별 순위 매김과 나눠먹기 식이 아닌 합리적인 수가 계약방식을 제시했다.
의협은 의료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명명백백하게 그 결정 과정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파괴적인 정책을 폭압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근거가 되는 회의록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수가 협상은 지난 20여년 동안 협상의 당사자인 공급자단체도 알지 못하는 일명 ‘깜깜이 협상’으로 불릴 만큼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오늘날의 의료 문제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해외 사례를 들었다. 일본 의사수급분과위원회는 어떤 위원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도 중요한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중계, 녹취록 등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보험료와 진료비로 직결되는 수가협상의 모든 과정을 생중계하여 일체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의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의 입맛대로 정해진 수가인상률의 일방적인 통보, 대등한 관계에서의 '협상'이 아닌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비평등 수가계약으로 인해 수가협상에 절대 참여조차 하지 말라는 수많은 회원들의 요구가 있었다”면서 “의사협회의 근간과 정체성을 매도하는 작금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무너져가는 일차의료를 조금이나마 소생시키고자 2025년도 수가협상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내년도 병·의원 수가가 최소 10% 이상 인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백년 동안 아직도 원가의 80%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수가를 조속히 원가 100%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또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필수의료, 중증의료를 진정으로 살리기를 원한다면 우선 그간 고질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던 국고지원금 20% 부분부터 확실히 이행하여 보험재정 상태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 과정을 소상히 국민들에게 알려 그동안 정부가 어떻게 수가를 정해왔기에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이렇게 왜곡되었는지 밝히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바로 잡겠다”며, “이번 수가협상이야 말로 정부가 정말로 필수의료 살리기에 뜻이 있는지, 아니면 말 뿐인지 진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측에 지금까지의 수가협상 태도의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