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돌발적 비상계엄 선포가 의료계에도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국가 내란행위”라며 “하야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공의 등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대장)의 살벌한 포고령(제1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 역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3일 저녁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이후 가장 먼저 입장을 발표한 단체 대한전공의협의(대전협)이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새벽 자신의 SNS에 “사직한 전공의가 돌아갈 곳은 없다”며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늦게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출처: SBS 뉴스 화면 갈무리]](/news/photo/202412/94430_99320_4016.jpg)
이후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계엄사령부에서 언급한 포고령 대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슷한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데 이어,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날 오전 시도의사회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비상계엄 관련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고 했고, 경기도의사회는 “2월 발령한 의료농단 계엄령,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유린, 사법 폭력은 끝을 모르고 폭주하고 있다”며, 오는 27일(토요일) 오후 5시 대한문 앞에서 제54차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윤 대통령의 하야촉구에 힘을 보탰다. 시의사회는 성명서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전공의 등 의료인들을 처단 대상으로 삼았다”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 자체는 명백히 위법·위헌이다. 응분의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상남도의사회는 “대한민국 의사는 처단되어야 하는 반국가세력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었어도 도저히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비상계엄령이 2024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며, “계엄령 선포는 국민들의 동의는 커녕 도저히 그 이유조차 납득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움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경남도의사회는 특히 “계엄포고령에는 그 모든 직역은 다 제쳐두고 의사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취급하고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단’ 하겠다고 명시했다”며, “경악과 참담함을 넘어 분노의 눈물이 흐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증원 사태도, 계엄령 사태도 최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윤석열)이 책임져라”며, “대통령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한 남자로서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스스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국민들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짚었다.
학계도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계엄 선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의 대상으로 보는 대통령은 이미 그 자격을 상실했다”며, “새나라 새시대의 새 리더를 선출해야 하는 국가적 상황이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주수호 후보는 개인 명의 성명을 통해 “의사들은 정부와 계엄사령관의 황당한 현실 인식에 또 한 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전공의를 처단하려한 이번 계엄 선포는 수차례 헌정을 유린당한 국민적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린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