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 의료’ 고령 사회 대응 위한 핵심
‘회복기 의료’ 고령 사회 대응 위한 핵심
  • 이창용 기자
  • 승인 2025.06.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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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만성질환 환자 일상생활 복귀 돕는 치료 단계
의료정책연구원, 회복기병원 도입·수가개편 등 다각적 방안 제시

인구 고령화로 회복기 의료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전환케어병동’ ‘회복기병원’ 등 제도가 회복기 의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의료정책연구원 강주현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복기 의료체계 도입 방안 연구’을 펴냈다. 회복기 의료는 심·뇌혈관 질환, 정형외과적 손상, 복합 만성질환 등을 앓는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 이후 일상생활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중간단계 치료를 가리킨다.

실제로 국내 사망 원인 2위와 4위는 각각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질환이며, 인구가 고령화로 접어듦에 따라 회복기 의료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회복기 의료에서 회복기란 의료전달체계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기도 한다. 의료전달체계는 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체계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민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국내서는 1989년 진료권 설정을 바탕으로 의료기관 사이 급성기-회복기-만성기 기능 분담이 시도되었다. 하지만 1998년 규제 개혁 과정에서 진료권 개념이 폐지되어 현재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여건 속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과 중소병원 경영 악화, 의료기관 간 연계 부족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기능별 분화 및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이들 의료전달체계 가운데 회복기 의료체계를 잘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상급종합병원 내에 ‘단기전환케어병동’을 신설하여, 급성기에서 바로 회복기로 전원되기 어려운 환자들이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2024년부터 해당 병동을 도입하였으며, 독일 역시 ‘입원 후 전환 케어’ 제도를 통해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둘째, ‘회복기병원’이라는 새로운 종별 의료기관을 도입하여, 수술 후 회복과 재활이 모두 필요한 고령자 및 복합질환 환자에게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기존 재활의료기관이 집중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체계에서 나아가, 회복기병원은 보다 폭넓은 회복 치료와 진단 기능까지 포괄하는 통합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셋째, 현재의 요양병원 중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을 회복기병원으로 종별 전환하고, 이를 대학병원과 연계하여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에서 회복기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넷째, 회복기 병상 확대와 함께 의료전달체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수가체계 개편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은 지역포괄의료병동과 회복기재활병동의 입원료에 재택 복귀율 조건을 반영하여 수가를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간 연계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지닌 복합이환율은 54.9%에 달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심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회복기에는 단순한 재활을 넘어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의료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회복기 의료는 특정 질환 중심의 단편적 접근이 아닌, 포괄적인 회복 지원을 제공하는 통합적 모델로 운영되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회복기 의료체계의 도입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정책 과제”라며, “주요국의 사례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정부와 의 료계가 본 연구에서 제시된 개선 방안을 바탕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 련하여 실행해 나간다면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전 달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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